2023.03.26 (일)

진로&독서

잡힌 사람만 나쁜 사람? n번방은 아직 존재한다!

n번방 가해자 재판 방청기, 책 「그래서 우리는 법원으로 갔다」를 읽고.

책 「그래서 우리는 법원으로 갔다」

 

"그래서 n번방에서 감방으로 몇 명이나 갔는데?"

 

 지난 2020년 'n번방'이라는 끔찍한 성범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대한민국은 분노로 들썩였다. 수 십 만의 시민들은 “가해자 26만 명 전원 신원을 공개하라!”, “가해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많은 가해자들이 잡혔을까?

 언론에서는 극소수의 주범(조주빈 포함 단 6명)만 집중 조명되었다. 다른 가해자(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주요 범죄자들)은 죄질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성범죄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이 만연했던 한국에 이런 '강력처벌' 촉구의 목소리들은,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가져오리라 여겨졌다.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는 해시태그가 SNS상에서 널리 퍼졌고, 가해자의 처벌에 주목하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책 「그래서 우리는 법원으로 갔다」는 재판을 지켜보던 평범한 한국 여성들의 연대기다. 저자인 '팀 eNd'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라며 재판을 방청하러 법원에 갔다. 이 사건이 쉽게 잊히지 않도록, 또 재판부의 선처 속에 흐지부지 끝나버리지 않도록... 성명문을 내고, 탄원서를 모집하고, 시위를 조직하고, 재판정보를 알렸다. 그러나 여전히 처벌받지 않은, 검거조차 되지 않은 가해자는 너무나 많다. 더군다나 주요 가해자들 조차 이미 출소를 앞두고 있다. 저자는 이 현실을 기록으로 엮었다. n번방이 크게 알려지고 고작 몇 년 만에 세상은 그 일을 잊은 듯 조용해졌지만, 사실 우리는 그 범죄자들이 어떻게 처벌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SNS나 기사로 가끔 보는 정도로는 많이 부족했다. 이 책은 우리가 원했던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서, n번방 사건 주요 가해자 관계도와 주요 가해자의 형기 등을 알 수 있다. 

 

 현재 △조주빈(일명, 박사)은 징역 42년 △문형욱(갓갓)은 징역 34년 △남경읍(D.I)은 징역 15년 △강훈(부따)은 징역 15년 △이원호(이기야)는 징역 12년 △안승진(코태)는 징역 10년, 이외에도 주요 가해자들이 형량을 선고 받고 있다. 

 

 책을 읽고, n번방 사건의 주요 가해자 외의 영상 구매자, 소유자, 시청자에 대해서 어떠한 법적 조치가 가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만 18세 수험생이었는데, 대학 진학 준비 중 수시 전형에 실패해 불안감과 중압감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큼은 피고인에게, 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게 타당하다고 인정된다"며, 감형의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n번방 성착취물 구매자들에게는 대체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부지법에서는 n번방 성착취물 4785개를 구매헌 이모씨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재판부는 "음란물의 양이 매우 많아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영상을 추가로 유포하지 않은 점을 감안했다"고 감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해서도 "자백한 점을 감안했다"며 동일한 형을 선고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성착취물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경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처벌 수위가 낮다. 전문가들은 'n번방 사건' 이후 개정된 법이, 정작 n번방 범죄자들에겐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n번방 구매자들의 집행유예 판결은, 우리 사회에 성착취물 구매와 소지가 경범죄라는 메시지를 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개정 이후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판결에선 변화가 있을지, 그 판례들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불법음란물에 대한 소비와 소지에 대해서 죄가 아.은니다. 제작하고 유포하는 사람들이 나쁜 것이다'라는 생각은 조씨(공급책)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 낸다. 즉, 이번 같이 주범만을 처벌해서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 제작자와 공급자뿐만 아니라, 구매자와 소지자까지 처벌해야 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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